스크랩2012.07.23 16:03

[인디포럼 월례비행 대담] 원문보기 >>

 

 

 

 

 

[인디포럼 월례비행] 6월 프로그램 '미국의 바람과 불' 대담

 

일시 2012년 6월 25일 수요일
장소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러스'
진행 변성찬(영화평론가)
대담 김경만(감독), 유운성(프로그래머)

 

 

 

 


§


변성찬

일단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은데, 약간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혹시 ‘요리’ 잘하시는지. (웃음) 이 영화를 보면 원재료가 가진 맛을 가능한 한 손상시키지 않은 채 여러 재료를 섞어서 자기가 원하는 맛을 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요리로 치면 그렇게 요리하는 사람은 고수고, 달인들이라 이 영화를 보면서 음식에 비유했다. 영화에서 연도나 다른 부가적인 내용이 자막으로 밝혀져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성격의 자료들이고 직접 촬영하신 부분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김경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제일 오래된 영상자료는 1945년도에 일본군이 철수하는 장면부터 김대중 대통령 자료가 가장 나중이다. 또한 제일 오래된 촬영은2003년도부터 2010년도 자료가 가장 나중이다.
 
변성찬

2003년도에 촬영을 할 때도 이 영화를 염두해 두었나?
 
김경만

애초에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촬영을 했지만 그때는 딱히 이 영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변성찬

영화를 보면 한 소스 위에 여러 시각적 이미지를 몽타주 한 케이스가 보인다.도중에 제주 4.3사건 이미지가 나오고, 거기에서 ‘지 감독’이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그 ‘지 감독’이 누구고, 그 영상소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다.
 
김경만

사실 저도 그 ‘지 감독’의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아마 그때 당시 국립영상제작소에서 재직하시던 분인 것 같다. 원래 영상소스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국가들을 찾아다니며 그 나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대략 1950년대 중반에 미국 공립묘지에 가서 촬영한 내용이였고, 4.3 이미지는 다른 데서 있던 영상소스를 가져왔다.
 
유운성

저도 이 영화를 오늘 본 게 네 번째인데 볼 때마다 참 다르게 느껴진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최근에 겪은 일도 있고 원래 이런 영화를 볼 때 개인적인 것이 얽히는 게 있는 것 같다. (웃음) 영화를 보면서 김경만 감독님이 저하고 공유하는 감성이 하나 있다고 느껴졌는데 쓸데없는 이벤트를 정말 죽도록 싫어한다는 거다. 그런데 또 이 영화를 보면 이벤트를 싫어하는 사람인 한편 이벤트 매니아가 만든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감독님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신 영상이 기존에 존재하는 대한 뉴스라든지,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영상들에서 발췌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감독님이 한국에서 최근 십여 년간 열린 공식적인 행사나 이벤트들이 있는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직접 촬영을 하신 게 많이 보였다. 그런 행사를 두고 미국, 한국, 기독교들이 배치되는 형식을 보는 한편 실제로 본인이 살고 있는 현실을 쫓아다니며 본인이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점에 매혹되는 전형적인 감독들의 형식을 (좌중 웃음) 보여주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애기였고, 아까 말씀하신 2003년 영상을 촬영할 당시에는 이 작품 자체를 염두에 두고 찍지 않았다고 하셨고, 아마 그랬을 것 같은데 제가 그 전에 감독님이 찍으셨던 다른 단편들을 봐도 확실히 김경만 감독님 같은 경우엔 어떤 국가적인 행사들에 관심이 있으셨다. 전에 찍으셨던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2008)를 봐도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인 큰 행사를 텔레비전을 보면서 방안에서 주고받는 이상한 쓸데없는, (웃음) 감독님이 실제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무언가를 볼 때 사실은 공식적인 행사들이 어떻게 배치되는가에 대해 영화적인 미쟝센 이라기보다 행사의 미쟝센에 대해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그걸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멘탈리티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나라인지 보시려 하는 점들이 눈에 띈다.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2008|김경만 감독|19min|다큐멘터리
'대선 개표방송을 보면서 오가는 두 사람의 잡담과 나의 자유연상. 과거의 낯선 장면이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처음에 이 영화가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몇몇 분들이 후반부에 2000년도에 부시 대통령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연설하는 2000년 장면과 시청 앞 광장에서 목사가 연설하는 장면을 대형 모니터로 보여주는 목사가 장면이 길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 장면들이 긴 게 아니라 감독님이 직접 찍으신 대규모 집회, 현장으로 오기 위해서 이 영화 전체가 정교하게 비추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거기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부시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카메라가 멀게 잡은 건 그 정도를 잡아낼 수 있는 망원렌즈가 없으셨던 탓도 있겠지만 관객들은 직접적으로 찍힌 부시 대통령을 보기보다는 경기장 안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비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우연이겠지만 옆에 통역해주시는 목사님이 함께 찍혔는데, 예전 뉴스를 볼 때 흔히 보게 되는 외국 사람들이 얘기하면 앞부분은 잠시 영어로 들리다 뒤에서부터 한국 성우가 더빙한 내레이션으로 변화가 되는 방식의 내레이션들이 원래 영어로 말하는 화자에 비해서 굉장히 감정적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정확하게 부시 대통령이 연설할 때 옆에서 통역해주시는 목사님의 통역방식이 기존의 뉴스릴 영화에서 한국어 더빙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자신도 모르게 이미테이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배치가 스크린 안에 보이면서 대형 스크린 자체를 이 영화가 잡고 있고, 또 대형 스크린 주위에 모여 있는 군중을 함께 보여주면서 영화에서 파운드 푸티지를 보여줬던 게 오늘날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대형 스크린에서 보여 지는 것, 그런 문화영화나 홍보영상을 통해서 얘기되어왔던 대중들이 모여 있는 방식이 한꺼번에 전시된 미쟝센이 마지막에 월드컵 경기장의 풍경과 시청 앞에서 8.15 때 연설 그런 것들을 볼 수 있게끔 오기 위해서 앞의 장면들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변성찬

요약하면 감독님은 국가적 이벤트 혐오자이자 애호가, 변태다. (좌중 웃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미쟝센을 말씀하셨는데 거기는 의외로 카메라 여러 대였을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경만

그 부분에 실제로 쓴 카메라는 한 대고, 월드컵 스테이지에서 빽빽이 사람들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이동하다 보면 순간을 놓칠 위험이 있어 옮겨 다닐 수 없었다. 그리고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짚어 주셨는데, 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제가 파악하는 한국이라는 곳은 사실은 세트장이다. 예를 들자면 이 영화에서는 광화문과 시청이라는 장소가 자주 등장한다. 마네킹이 서 있는 곳도 광화문 쪽이고, 일본 군대가 행진하는 장면도 시청이 배경인데 그 부분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다. 초반부 광화문에서 이뤄지는 9.28 서울수복 기념식 장면에서 사실은 옛날에 살았던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의 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화되는 역사나 행사 속에서 그런 것들이 바꿔치기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서 오는 감정은 저나 많은 사람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떤 중요하고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만들게 하는 느낌이였다.


시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장면으로 오인하는 장면,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구타하고, 많은 사람들이 포개지듯이 넘어지는 장면들은 사실 덕수궁 대한문 앞의 시청 앞이다. 그 장소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3주 만에 10.29 사태의 장소로 바뀌어버리게 되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들이 마치 도로 포장할 때 쓰이는 큰 롤러처럼 밀려나 버리는 것이 일종의 모욕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런 건 광주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고, 사실 그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진짜를 가져다 다른 가짜로 만들기 위한 거니까.
 
변성찬

한국이라는 나라가 거대한 세트다.‘ 라는 비유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영어마을을 보면 단순한 비유가 아닌 것 같다. 저는 사실 파운드 푸티지가 끝나면서 포항공대가 나오고 영어마을이 나오며 영화가 어디로 가려는 건가 한동안 길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감독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치 세트를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 그런데 2003년부터 거대한 이벤트들을 쫓아다니면서 촬영된 부분을 보면 특히 스토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독교를 쫓아다니는 부분들이 있다.개인적인 일들이 있을 것 같고, 구체적인 일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하다.
 
김경만

사실은 영화를 만든 개인적인 이유들이 있는데 제가 사는 한국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괴리는 너무나 공공연하고 뻔뻔하게 사기를 들이미는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실제랑 너무 차이가 벌어진다는 거다. 그게 너무나 분명한데도 몇몇 사람들은 차이를 무시해버린다는 게 정말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이라는 게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인 것 같고, 그래서 기독교를 자꾸 바라보게 된 것 같다. 그건 사실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차피 다들 세상에 대한 믿음 속에서 살고 또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틀리다는 걸 알고 고쳐나가는 건데, 지금 한국 기독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식으로 표현하면 죄의 길로 나아가는 거고, 우상숭배로 나아가는 건데 그래서 그런 장면들을 비추게 되었다.


 

 

 
유운성

이벤트라고 했을 때 아주 거대한 국가적, 종교적인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에서 파운드 푸티지라는 걸 보면 정상들끼리의 만남, 혹은 종교집회 뿐만이 아니라 아주 가정적인 공간까지도 퍼포먼스까지 묘사해내는 푸티지들이 있다. 그 시기에 만나는 한국가정의 모습, 아마도 60~70년대에 일반적인 극영화를 찾아봐도 찾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께서는 홍보영상에서 활용되었던 것들을 가져오셨다. 외국 펜팔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장면과 그 전에 사용된 푸티지 중에 한국인들이 미군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있다. 파티를 할 때 보면 옆에서 연주하는 분이 있는데 그 한국의 가정집들은 고급 요정이 상비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좌중 웃음)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은 아주 가정적인 공간까지 침투되어 있는 거다. 어떻게 보면 저런 영상은 당시에 극장이나 미디어로 방송되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이였을테고 물론 그때 당시에도 저희처럼 보면서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보통 저런 영상들은 상대적으로 폭넓은 사람들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수준에 맞춰 만들어지는 걸 생각하면 저 영상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영상에서 묘사된 바와 같은 가정적인 공간에서의 한국과 미국에서의 만남이 저런 식으로 판타지화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 큰 이벤트에서부터 이런 작은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즉 아주 국가적인 것에서부터 가정적인 공간에 있는 것까지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일종의 모든 접촉지를 영화가 다 파운드 푸티지 적으로 표현된 게 인상 깊었다.
 
변성찬

말씀을 들으니 베트남 장면도 상당히 연출된 이벤트의 느낌이 나는 장면이었다.(웃음)
 
유운성

사실 여기 등장하는 경찰들의 장면들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4.3장면에서 체포한 사람들 앉혀놓고 찍은 장면이 확실히 연출됐다고 알 수 있는 게 체포된 사람들이 분명히 반군이다. 그러면 반군들이 체포돼서 경찰들이나 정부군이 지키고 있으면 이 사람들이 표정이나 자세가 어떻게 될지 아는데 주의 깊게 보시면 머리에 손 올리고 있는 네 명 중 맨 왼쪽에 있는 사람은 카메라를 보면서 실실 웃고 있다. 그 장면을 보면 이 장면은 100% 연출된 4.3장면이라고 알 수 있다. (웃음)
 
변성찬

그런데 사실 비슷하게 베트남 장면에도 비슷하게 베트남인들이 포로가 돼서 앉아있는 장면이 너무 이미지상으로 흡사하게 느껴졌다. 멀리 올라가는 것 같지만, 방금 말씀하신 대로 학습된 무언가가 연출을 할 때 김경만 감독님 영화를 보면 카메라 갖다 주면 알아서 찍히는 사람이 스스로가 학습된 문법대로 자기 연출을 하는 장면이 메타적으로 표현이 되어있는 걸 볼 수 있다.
 
김경만

그 얘기를 하자면 사실은 옛날에는 동영상이 흔치 않았으니까 사람들이 16mm 필름카메라 같은 걸 가져다 대면 마치 스틸 사진을 찍듯이 포즈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주 4.3사건 때 경찰들이 그런 식으로 촬영했던 것 같고, 제주 4.3사건에서 있었던 일이 베트남에서도 반복되고. 또 광주에서도 반복되는 식이다.
 
변성찬

단순히 파운드 푸티지의 편집적으로만 영화를 봤는데 그 푸티지를 읽기까지 얘기를 들으며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웃음) 관객 질문을 받기 전 유운성 프로그래머님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묻겠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분에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바람과 불>이 올라갔는데, 그때 영화에 대한 해외 반응이나 뒷얘기가 궁금하다.
 
유운성

감독님에겐 한번 얘기해 드린 적이 있는데, 상영 후 한국의 관객분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고, 저도 외국에서의 반응이 궁금하긴 했다. 감독님도 영화제 때 봤었는데 이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가 2010년에 칸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이라는 작품인데, 특히 서구에서 온 평론가나 감독들은 <미국의 바람과 불>을 보고 십중팔구 그 영화와 비교가 들어갔다. 참고로 김경만 감독님은 이 영화를 만들고 난 이후까지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었고, 작년에 처음 보셔서 약간 손해 본 측면도 있다. (웃음) 그걸 떠나서 반응이 재밌었던 건 일단 한국의 관객들 같은 경우에는 첫 화면이 나오는 순간 미군들과 이승만 대통령이 악수하는 푸티지만 봐도 ‘이게 이승만이구나’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대통령들이나 인사들에 대한 자막이 일체 없어서 아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등장인물이 누군지를 잘 모른다. 일단 그걸 캐치하는 게 느려서 혼란이 있었던 것 같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볼 때 다른 푸티지에서 파운드를 가져오고 거기에 영상들을 집어 넣은 게 분명한데도 서구의 몇몇 사람들이 볼 때는 이게 영상물 하나를 통으로 가져와서 나란히 붙여놓은 영화라고 본 사람도 있었다. 약간 그런 데서 생기는 차이는 있겠다고 느꼈고, 설령 이 영화에 나오는 개개의 인물을 모른다고 해도 컨텍스트나 어떤 감정적인 힘을 바로 캐치 하는 건 확실히 한국처럼 어떤 식민이나 미국하고의 관계를 겪어본 아시아 국가에서 온 감독들이나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반응이 훨씬 강했다.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
2010|안드레이 우지카 감독|루마니아|180min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영상기록들을 편집하여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변성찬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반응이긴 하지만 또 확인하고 나니 씁쓸한 느낌이고 우리는 다른 나라 영화 볼 때 성실하게 봐야 될 것 같다. (웃음) 사실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인데 사운드에서 특히 저는 처음 볼 때도 약간 아찔한 느낌이 있던 순간이 초반부에 있다. 처음에 폭탄투하 이미지와 몽타주가 되어있는 장면이 우아하게 폭력을 얘기하는구나 싶었는데, 그다음에 9.28 기념 현장음을 그대로 따와서 과거의 6.25로 짐작이 되는 군악대의 행진곡 음악에 맞춰서 피난민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약간 희극화 되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 전반부의 몽타주가 있었는데, 어떤 생각으로 연출하셨는지 궁금하다.
 
김경만

그 부분은 사실 세대 차가 존재할 수도 있다. (웃음) 왜냐하면 음악을 썼을 때는 정말 그런 감정이 저에게는 아슬아슬한 느낌은 아니었고, 4/4박자 같은 경박자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음악이었다. 그리고 9.28 기념식 때 피난민이 들어가는 건 묘한 느낌이 있었는데 저에게는 희극적인 느낌은 아니었고, 사실은 저는 두 번째 피난 얘기가 들어간 부분에서는 고민했었는데 초반 장면은 단지 저 스스로 그런 편집을 많이 몰입했던 것 같다.
 
변성찬

제가 아찔한 느낌이 있었다 말했는데 꼭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니고 미학적인 느낌과 담고 있는 이미지가 아이러니하게 리듬에 맞춰 들어가니 관객이 어떤 시험에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미학적 쾌감은 제가 의식해서 갖게 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 순간에 갖게 되고. 행진곡 박자에 맞춰서 피난민들의 걸음이 맞춰지는 걸 보고 나서 이걸 웃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웃음) 유운성 프로그래머님은 그런 점이 없었는지.
 
유운성

그런데 그 장면에서 사실은 공식적인 역사에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을 보여주려 했던 게 있었다. 예를 들면 수많은 이승만이 등장하는 모습 중에서도 그런 장면을 골랐다는 건 의도가 있었고, 폭탄이 떨어질 때 사람들이 흩어지는 모습, 그러니까 비록 영화라는 게 실제 모습에 대한 보증은 못 된다고 해도 어떤 풍경을 보여주는 한다는 말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을 통해서 보는 사람이 실제 그때의 어떤 상황이나 경험에 대해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변성찬

이 영화가 장편으로는 처음이지만 김경만 감독님의 7번째 영화다. 사실은 제가 언제부턴가 김경만 감독님 하면 항상 떠오르는 게 일종의 편집영화였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앞의 여섯 편 중에서 두 편만 편집영화고, 사실은 편집영화를 계속 꾸준히 하셨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은 게 유운성 프로그래머님이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최초의 2002년에 <각하의 만수무강>이라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이벤트에 대한 변태적인 취향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그런 파운드 푸티지를 찾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웃음)
 
김경만

결국은 파운드 푸티지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인 것 같다. 생각을 해보자면 제가 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제 생각이나 감정이 있고, 한국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인식에 관심이 있는 건데 그런 면에서 푸티지 필름, 특히 한국에서의 푸티지 필름은 거의 다 정부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가라는 존재가 개인에게 주입하려 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것이기도 하지만 처음 생각은 생각과 실제와의 괴리에 대해 이상한 생각들을 한번 좀 집중하고 조명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푸티지를 선택하게 된 것 같다. 물론 과거의 여러 가지 것들이기도 한 것이고 <각하의 만수무강>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북한이라는 국가와 남한이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유사하다는 것을 보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


 


<각하의 만수무강>(Long Live His Majesty)
2002| 김경만 감독 | 15min | 다큐멘터리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재자인 이승만. 그는 이 영화에서 매일 생일인 남자로 등장한다.'

 

 


변성찬

그런데 <각하의 만수무강>에서 북한의 이미지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김경만 감독님의 매우 변태적인 태도를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웃음)유운성 프로그래머님은 김경만 감독님의 초기 영화부터 쭉 봐오셨는데 어떠신 것 같은지.
 
유운성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감독님께 실례가 될 수 있는데, 방금 말씀하셨듯이 감독님이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들을 편집해서 만든 영화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촬영을 하셔서 만든 영화들이 있다. 그런데 김경만 감독님의 촬영방식을 보면 사실 쇼트들이 별로 아름답지는 않고 심지어 아주 엄격하지도 않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볼 때처럼 패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례가 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나 기념사진 같은 촬영이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 보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촬영방식 자체가 김경만 감독님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한 뉴스 같은 과거의 뉴스릴 촬영 기사들의 촬영 패턴을 흉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실제로 본인이 이벤트나 행사를 쫓아다니며 촬영할 때도 ‘나는 무능한 대한 뉴스 촬영 기사다’라는 마인드로 촬영에 임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웃음) 어느 정도 실제로 의도된 게 있다는 거다. 여기에 인용된 영화들을 오늘 많이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인용된 과거의 뉴스릴들을 보면 참 안쓰러울 정도다. 분명히 무언가를 홍보하기 위해 찍었는데 저렇게 찍어도 될까 싶을 정도다.


예를 들어서 유치원생 아이들이 모여서 하는 공연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공연을 보면 확실히 미 대통령의 영부인이 온다고 하니 애들을 혹독하게 가르쳐서 잘 맞춘 게 보이고, 영어마을 개관식 때 오세훈의 연설 다음 애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대략 줄은 서서 노래는 부르지만, 줄은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묘하게 그 아이들의 공연을 잡고 있는 감독님 카메라의 앵글이나 시선은 그 고아원의 촬영 기사와 매우 유사하다. 오히려 대한 뉴스나 그런 뉴스릴을 찍는 촬영기사의 태도나 시각적인 패턴을 자기가 체화하면서 비슷한 행사가 벌어졌을 때 가서 찍는데, 보면 과거와 현재 유사한 게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거다. 그래서 저는 김경만 감독님의 촬영을 얘기할 때 ‘의도적인 대한 뉴스 촬영 기사의 촬영방식’이라고 얘기한다. (웃음) 그런 점이 재밌었고 그런 방식들 속에서 감독님이 하시는 건 결국은 <각하의 만수무강>처럼 오늘 본 영화처럼, 뭔가 비슷한 이벤트나 반복되는 이벤트 패턴들을 결국은 보는 사람이 관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안에서는 어떤 구도, 기술적인 언급도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제적인 측면이 아니라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한국형 홍보영상의 존재했었을, 혹은 암암리에 전수되었을 일종의 촬영매뉴얼에 대한 점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김경만

사실은 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써서 배치한 건데, (웃음) 예를 들자면 광화문을 찍은 건 여러 가지 레이어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배치를 그렇게 했다.
 
변성찬

원래 자기 무의식은 자기가 잘 모른다. (웃음) 어쨌든 파운드 푸티지가 전체적으로 편집됐을 때 갖는 의미가 있는데 그걸 꼭 촬영이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어쨌든 현실적인 사정이 있을 것 같고, 커다란 이벤트에서 환영받는 카메라는 아닌 자기 선택의 폭이 자유롭지는 않은 거다.
 
김경만

병 받고, 약 받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웃음)
 
변성찬

그게 지금의 초점은 아니고, 이 영화에서 재밌었던 건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원하는 위치와 앵글을 잡아 고정으로 두는데 유일하게 그런 앵글이 깨지는 사건이 있다. 소위 말하는 활빈당 아저씨가 들어오는 순간 마치 카메라가 당하듯이 움직이는데 저는 감독님 영화를 후기 작부터 봐왔기 때문에 이 분이 김경만 감독님의 페르소나구나 느꼈다. (웃음) 전작에서 중요한 인터뷰이로 기억하는데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셨으면 한다.
 
김경만

사실은 그런 분들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완전한 우연이다, (웃음) 사실은 제가 망설였던 게 처음에는 그분을 아예 빼버리려고 했는데, 그분이 하는 행동을 보고 넣어야겠다 생각했다. 카메라도 고정적으로 있는데 그 부분에 유일하게 촬영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떤 우스꽝스러움의 집결 체적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유운성

약간 카메라가 한숨을 내쉬면서 푹 꺼지는 느낌도 있어서 재밌었다.


 

 
관객1

영화에 대한 질문이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상인데, 영화를 보며 황지우 시인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시가 떠올랐다. 저는 사실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을 때 가서 큰절을 했었던 사람이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그런 장면을 의식적으로 피해갔었다. 그런데 오늘 이 영화를 보며 엄청난 분량의 자료화면을 보고 편집 노고에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특히 마지막 부근에 부시 대통령이 연설할 때, 기도회 분위기를 보며 한편으로는 북한과 대비되면서 우리 속에도 그런 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게 동시에 보이고, 대단히 흥미롭다는 이야기가 이 영화에는 왜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김경만 감독님의 영화를 기대하며 관람하겠다.
 
관객2

저는 촬영 얘기를 여쭙고 싶은데 영어마을 장면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나온다. 아이들은 카메라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아 활빈당 아저씨 같은 의외의 상황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오랜 시간 촬영해서 익숙해져서 그런 돌발활동이 없었던 건지 궁금하다.
 
김경만

아무래도 제가 멀리서 줌인으로 당겨서 촬영했고, 인솔 선생님도 따로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카메라 앞으로 달려드는 상황은 없었다.
 
관객3

비행촬영 장면과 함께 편집되어있는 비행기가 폭탄 떨어트리는 장면이 서로 대비적이면서 인상적이었는데 의도적인 배치였는지.
 
김경만

기념 비행하면서 지나가는 사운드를 놔두고 6.25의 폐허가 된 서울거리를 비행기가 촬영하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편집을 했다. 사실 한국전쟁에서 많이 있었던 일 중 하나가 집중적인 폭격이었는데 미군에 의한 폭격이었다. 전쟁의 신화라는 건 아군은 적군만 죽일 거라 생각을 하고, 연합군 즉 미군도 북한군만 죽이고 북한 사람만 죽일 거라 생각을 하지만 실제 전쟁의 양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를 해주시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수많은 공중 폭격이 되었던 것을 의도적으로 삭제를 해버리고 북한에서는 그걸 의도적으로 강화해서 기념비를 만들었던 거다.
 
관객4

영화의 영문제목(An Escalator In World Order)이 어떤 의도로 지어졌는지 궁금하다.
 
김경만

영화의 영문제목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을 거라는 생각 내지는 비슷한 일이 일어 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이런 일들이비단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짓게 되었다.
 
관객5

영화의 편집기간과 편집에 있어서 어떤 원칙이 있으셨는지 궁금하다. 또한 감독님이 지향하시거나 영향을 받으신 감독님이 있는지.
 
김경만

사실은 촬영만 해서 영화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300~500개 정도 찍고 편집을 하신다고 하니 그런 분들과 분량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편집 원칙은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요약이 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또한 제가 본 모든 영화가 저에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특별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


변성찬

처음에 요리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김경만 감독님의 영화는 은근한 불로 오랜 시간 사람의 진이 빠질 정도로 진국이 빠져나오게 우려낸 듯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 보고, 세 번 볼 때 더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바람과 불>은 오는 7월 26일에 정식 개봉을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오늘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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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바람과 불  An Escalator in World Order

김경만│2011Digi-Beta118minDocumentary726일 개봉!

 

 

 

SYNOPSIS

 

미군이 떠나가면 나라가 불행합니다.

미군이 떠나가면 경제가 흔들립니다.

미군이 떠나가면 사회에 혼란이 옵니다.

우리는 우방 미국과 더불어 함께 살기를 원합니다.

아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믿음은,

마치 기독교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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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국의 바람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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